여보!
비가 그치니까 습도가 높아서 그런지
억수로 더웠어요
당신은 어땠어요?그곳은 시원하던가요!
나는요 오늘 내밑에 일하는 애가 나한테 하소연 하느라
술한잔 하자는거에요
그잘마시는 술을 나하고 마시자 그래서 하소연 들어주느라
엄궁에있는 막걸리집에가서 맥주 두병정도 마셨는데 어찌나
술이 오르는지 낮부터 대리불러서 왔어요.
도저히 술 이거는 내체질이 아닌가봐요 오자마자 쓰러져서 자다가
몽이네가 오늘밤 설악산 간다고 몸이 밥좀 챙겨달라고 오는바람에
일어났어요.
몽이네가 나한테도 설악산에 같이가자는데 아들며느리 딸과사위 다들데리고
가는데 내가 끼일 자리는 아닌거같아 사양했거든요
그러고 사실 나는 그전에 같이 가봐서 이제는 겁이나더군요
그때는 당신떠나고 나혼자 잘살수 있나 테스트도 할겸 해서 오기로 올라갔는데
비온끝에 어둑한 가파른길을 어떻게 올랐는지도 모르게 올랐는데,
오르고 올라 대청봉에 갔다가 내려올때는 장난이 아니게 미끄럽더라구
몽이야 자기아저씨가 손잡아주고 그러면서 내려왔지만 나는 누구하나
잡을손도없고 내자신이 너무 비참한 생각이들어 가지않으려고 핑게를 댔어요.
피곤해서 못간다고....잘다녀오라고
그전에 우리둘이 설악산 갔을때는 가다가 휴게소에들러 커피도 마시고
우동과 구운감자도 사먹고 내가 좋아하는 옥수수도 사주고 그러던 당신이
이세상에 없는데 그누가 있어서 나를 당신마냥 챙겨줄까요
나는 혼자라는것이 몸에 배이질 않아서 그런지 못견디겠더라구요.
차라리 집에 있는게 좋아요.
당신떠나고 우리들이 자주가던 천성산에 갔을때도 몽이가 나보라고 그러는지
아저씨한테 등산화끈도 매달라고 들이대는거 보니까 당신생각 많이나서
될수있으면 같이 다니지 않을까해요.
괜시리 가슴에서 피눈물이 흐르는거있지!
나도 한때는 저랬는데 싶은게...
오늘만해도 그래요.
내가 술마시고 오면 당신은 미음끓여주면서 속을 달래야 한다고 그랬는데
이제는 아무도 내마음 알아줄 이는 없어요
예전에 금방하는 남수네집에서 포도주 담은게 맛있다며 홀짝거리며 먹고는 어떻게
집으로 왔는지도 모르게 와놓고는 오자마자 화장실에 직행해서 다 올리고
그때 당신은 오산 미군부대에 있을땐데 속이 울렁거려 미음을 올려놓고
누워있는데 미음이 다넘처서 렌지위에 한가득 넘처있는거야
어떻해 그거라도 숫가락으로 퍼먹고 또 올리고 그러는데 당신이 전화를 했지요
내가 다죽어가는 소리를 하니까 너무 마음아파하면서
'나없을때는 술같은거 마시고 그러지마.미음도 끓여줄수 없어 마음 아프잖아!"
그러면서 목소리가 잠겼던 당신인데........
나는 매일 당신과의 이런저런 추억들이 떠올라 눈이 시려요
남들이 들어도 하잘것없는 그런 것까지도 끊임없이 떠오르는걸 보면
내가 어지간히도 당신을 의존했던거 같아요
그런 나를두고 당신도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을거에요
그렇기 때문에 내가 더 가슴이 아린지도 모르겠어요
오늘밤에는 내가 당신한테 프로포즈 하고싶어요
이담에또 만나줄거지요?
사랑하고 또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