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오늘이 춘분이라고는 하나 왠종일 따뜻한줄도 모르고 지냈네요.
마음이 얼어붙어서인지, 아니면 작은아이와 이른 아침부터 한바탕 씨름을 해서인지 그냥 그렇게 힘이 든 하루를 보내고 이렇게 당신을 불러봅니다.
어느새 당신이 떠난지 3개월이 흘렀네요. 그 사이 우리 가족말고는 당신을 많이들 잊어가고 있는 것 같아서 안타깝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하네요.
아빠, 저녁에 보니까 매화꽃도 개나리도 담넘어 목련꽃도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는 걸 보니 분명 우리 가까이에 봄이 오긴 왔나봅니다.
당신없이 맞이하는 봄 언제나 따사로운 햇볕이 들어올지 아주 먼 얘기같긴하네요.
아빠, 시장에서 팔고 있는 쑥을 봐도 당신이 손수캐어다 주신 쑥이 생각나서 아프고 지난 겨울 너무 추워서 얼어죽었나 했던 쪽파가 자라나는 걸 봐도 맘이 아프고 어디를 둘러봐도 당신의 빈자리때문에 아픈날이네요.
아빠, 너무 부지런하시던 당신 모습, 그리고 무척이나 자상하시던 당신, 하늘아래 둘도없이 날 이뻐해주시던 당신의 그 모든 추억들이 날 눈물나게 하는 밤입니다.
아빠, 지나간 오늘 보다는 다가올 내일이 너무 두렵고 무서운 내게 당신의 소리없는 응원이 큰 힘이 되는거 아시지요.
아빠, 사랑하는 내 남편, 편히 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