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책에서 손 놓은지 벌써 20년 가까이가 되어서 새삼 뭔가를 하겠다고 내일 시험을 치는 날입니다.
다른 재주는 없어도 당신 마누라 열공하는 재주는 있잖아요.
그래서 당신한테 부탁이 있어요. 지난 주말에도 쉬지않고 열심히 공부를 했으니 내일 꼭 좋은 결과 있도록 당신이 높은 곳에서 힘을 좀 써달라고 아부하는 중입니다.
아빠, 두 아이도 우리 가정을 지키겠다고 시작한 첫걸음이라서 그런지 많이 응원해주고 있으니 최선을 다해야겠지요.
아빠, 저는 매일 18층에서 교육받고 있는데 땅아래내려다볼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고 그나마 틈나면 집안일 처리해야 하고 몹시 바쁘게 움직이고 있어요.
아빠, 그러다 문득 당신이 떠오르면 아리는 맘을 추스리기가 힘이 들고 수 없이 맣은 사람들이 지나가도 당신은 아무런 흔적도 없고, 오늘 저녁에 아직도 당신의 소식을 듣지 못한 지인분이 전화가 왔었어요.
당신이 떠난지 두달이 훌쩍 지났다고 하니 그 분 역시 많이 황당해하시더군요.
아빠, 이웃에 계시는 모든 분들도 상처가 될까봐 노심초사해서 그렇지 시시때때로 당신이야기들 하지 않을까 싶네요.
그렇게 길지않은 인생이지만 당신 나름 잘 살았었나봐요.
역시 내 남편 최고, 멋있는 사람. 오래 오래 가슴속에서 지워지지않을 사람,
아빠, 내일 일찍 돌아오면 당신 만나러 가볼까 하고 있는데 어떻게 될지 잘은 모르겠네요.
아빠, 못난 마누라 첫걸음마 잘 할 수 있도록 화이팅 해주세요.
직접 만져볼 수는 없지만 항상 내곁에서 당신이 숨쉬고 있다고 생각하니 한결 힘이 나네요.
아빠, 시험치고 또 소식 전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