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여수 오동도에 동백꽃이 피기 사작해서 봄을 알리고 있다고 오늘 아침 뉴스에서 그러네요. 아직도 어느 한 구석 따뜻한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 우리 집과 내맘인데,
아빠, 오늘이 아니 두달 전 이 시간 당신이 마지막 온힘을 다해 이승의 끈을 붙잡고 있을 시간 그 때를 생각해보니 내가 당신을 너무 힘들게했었나 하는 맘에 안타까운 자괴감에 참으로 힘이 드네요.
문득 뭐든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가 뒤돌아서서 아무런 자신감이 사라지는 이런 황당한 일이 요새 당신 못난 마누라가 하는 행동들입니다.
아빠, 이걸 해 볼까, 저걸 해 볼까 무척 망설이다 두 가지 다 저질러 놓았는데 어떤 결과가 나올지 두려움만 앞서네요. 내가 두 갈래 길에서 현명한 선택을 내릴 수 있도록 당신이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 주리라 하늘만큼 땅만큼 믿고 있답니다.
아빠, 머지 않아 우후죽순으로 봄소식이 들려오겠지만 내 안의 봄은 영원히 오지 않겠지요.
아빠, 아까 시장을 지나오다 물메기를 보고는 당신 생각에 눈시울을 적셨답니다. 조금 더 시간이 있었더라면 시원하게 국이라도 끓여드렸을텐데 내가 잘못해서 당신이 그렇게 떠났나싶어 가슴을 두방망이질 해보지만 당신은 소리없는 메아리 마냥 흔적이 없으니 그 서글픔이란 어디에 비해야하련지,
아빠, 내가 언제나 잊지않고 당신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만 먼 곳에서도 꼭 기억해둬요. 보고싶은 사람, 내 사랑 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