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당신이 잠들어 있는 그 곳도 이렇게 하얀 눈이 내리고 있는지요. 오늘 새벽부터 내리기 시작한 눈이 조금씩 쌓여가고 있습니다. 당신이 계셨으면 당신 마누라 눈 좋아하는거 알고서 이른 새벽부터 깨워서 눈 구경을 시켰겠지만 이젠 그럴 당신도 여기엔 없고 그저 쓸쓸하고 외롭기만 합니다. 오늘 큰 아이 가입학식이 있다고 했는데 날씨때문에 조금은 걱정스럽고 부산지역 특성상 눈이 자주 내리진 않지만 몇해전 눈이 많이 내렸을때 당신이랑 밤중에 가서 하얀눈을 밟으면서 아이들마냥 좋아했던거 기억하세요? 아빠, 당신 49재로 마치고 그때까지 모질게 견뎠었는데 그리고 감기가 심하게 들어 낫지를 않네요. 당신 마누라 변변찮은 건 당신도 알고 있지요. 그러니까 당신의 힘으로 빨리 좀 낫게 해 주길 바래요. 아빠, 아이들하고 무슨 일이든 찾아서 해야 하는데 쉽지가 않고 이래저래 걱정만 쌓여갑니다. 내게 잘 맞는 그런 일을 찾을 수 있도록 당신이 하늘 나라에서도 애써주시고 . . . 아빠, 특히 눈이나 비 내리는 날 당신이 더욱 더 보고싶어질거에요. 앞으로도 영원히 그럴거 같고 지금 이 순간도 그렇고 감기가 좀 나으면 당신뵈러 갈게요. 서운하게 생각하지 마시고 그때까지 편히 쉬세요. 나의 영원한 사랑, 이만 안녕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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