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얼마만에 아빠한테 편지 쓰는건지 기억이 안날 만큼 오랜만에 써
아빠 보고 온지도 벌써 두 달이 지나가네
내가 보고 싶은 아빠는 추모공원에 있는 모습도 아니고, 영정사진 속 모습도 아니라서 아빠를 보러 가고 암만 떠올려봐도 갈증이 안 가시나봐. 늘 항상 그리워
스무살에도 아빠만 돌아올 수 있다면 내 전부랑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십년이 더 지나고도 나는 아빠가 그만큼 사무치게 보고 싶어
나에게 아빠는 고작 20년 짜리 기억뿐인데 엄마는 아빠가 얼마나 보고 싶을지 감히 상상도 안 돼서 내 그리움이 미안하게도 느껴지더라
아빠 오늘은 아무 날도 아닌데 아빠가 많이 보고 싶어
아무 날이 아니라서 아빠가 보고 싶어
특별한 날이 아니어도 좋으니까 이런 일상 속에 아빠가 있었으면 좋겠어
나는 아빠를 보면 하고 싶은 말이 정말 많은데, 그래도 나는 엄마랑 언니랑 같이 있으니까 혼자 있었던 아빠가 하고 싶은 말이 더 많을테니 아빠 말 다 들어줄 수 있어
한시간이고 두시간이고 일년이고 십년이고 내내 들어줄 수 있어
내가 어리고 작아서 다 이해하지 못했던 아빠 말들, 너무 일상적이라 흘려 듣고 기억 못하는 아빠의 유년시절 이야기들, 가장으로 살아가느라 우리에게 내려 놓지 못했던 아빠의 모습들, 이제는 다 들어줄 수 있어
아빠 보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