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십년전 일이네요.
울아들내미 때문에 힘들어하는 우리를
속깊은 딸내미가 정동진으로 열차여행을 준비해줬지요.
당신은 그때 경기도 오산미군부대에 근무하고 있을때였나봐요.
딸내미 전화받고 주말도 아닌데 부랴부랴 내려왔구요.
인터넷으로 숙소까지 예약해놓고 기차표두장을 손에쥐어주며
두툼한 봉투까지 챙겨주면서 즐거운 시간 가지라며 등을 밀었을때
너무 고마워 이제 다컸구나 싶은게 대견했었잖아요.
내가 그때 그랬지요"당신은 애들하나는 잘키워놨으니 훌룽한아빠에요"
가족과 떨어져 힘들게 생활하던 당신에게 힘나는 말이였는지 흐믓해 했었지요.
마치 신혼여행가는 신혼부부처럼 들뜬 마음으로 부산역으로가는
택시를타고 기사님께 울딸이 여행보내줘서 여행가는길이라고 자랑하고
기차안에서는 누가 떼어놓지도 않을텐데 꼭붙어서 손잡고 다니고
뭐그리 맛있다고 기차여행에서 빼놓을수없다며 삶은계란도사서 까먹고
언제든지 볼수있는 바다인데도 기차타고 가면서 바라보는 바닷가 풍경도
색다르게 다가오지않던가요.
기차안에서도 젊은 연인들 못지않게 우리둘이 카페에앉아 커피마시며
분위기도 내보고 마주얼굴보는것도 좋았었지요.
그곳에 도착했을때는 저녁때가 다된거 맞지요?
숙소에서 짐을풀어놓고 맛있는 저녁먹으러 황태구이집으로 가서
또 딸자랑이 늘어진 울신랑!
식당아주머니가 "효녀따님두셨네요!"이러니까 우쭐했던거 같아요.
그때 처음으로 황태구이를 맛봤는데 너무맛이좋아 요리법을 배워
황태도 한축사고 그러고는 숙소로 돌아왔는데 아뿔싸!
눈썹펜슬을 깜밖하고왔지 뭐에요.
"어떻해"하니까 어느틈에 씻으라고 해놓고 밖에나가 화장품매장을 찾아보니
없더라면서 모텔주인 아주머니한테 얻어가지고 왔던 당신!
내가 그때도 또한번 남편하나는 진짜로 잘얻었지 했잖아요.
그날밤 우리 행복했지요.
언덕위에 있는 배카페에도가서 와인한잔하고 또 그옆에있는
조개구이집에서 소주도 한잔하고 모래시계앞에서 기념사진도찍고
다음날은 역사앞에서 한컷하고 기념품집에서 진짜로 오늘 모래시게하나
사서 "딸아 즐거운 여행이였어,고마워,사랑한다"아빠엄마가"이렇게
글도새겨넣었지요 그리고 그곳 특산품 오징어순대도사고
이건 순전히 내가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샀는데 맛은 내가한게
더맛있었지만.하여튼 그때 우리는 지금 이렇게 되리라는 생각조차
못했었는데 팔년만에 나혼자 이렇게 지난날을 회상하고있네요.
당신아플때는 왜이런 지난날들이 생각나지 않았는지 몰라요.
좋은날들이 더많았는데 그랬더라면 웃느라 병이 더디게 진행됐을지도 모르는데
그냥 아까운 하루하루를 눈물로 보낸거 밖에는 떠오르지않는거보면
내가 변덕을 죽끓듯이 부렸던게 확실해요.
친구남편들은 다들 멀쩡한데 당신친구들도 아무탈도없는데
왜당신만 젤먼저 이런일이 일어난거에만 속상해 울고불고했던게 미안하네요.
그러고보면 당신은 어떻게 그렇게 의연해요?
그상황에서도 초연하게 대처하고 오히려 나를 달래고,나는 당신처럼
그렇게 된다면 과연 어떨까 상상해보곤 하는데 죽었다 깨어나도
나는 당신처럼 못할거 같고 울고불고 난리칠거 같아요.
나는 그래도 당신바램대로 마직막까지 배웅했으니까 당신도 나
데리러 꼭 와야되요!혼자는 무섭단 말이야.
그때 나랑 약속했잖아요,꼭 지켜줘야되요! 여보,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