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할아버지께
할아버지 잘 지내고 계세요?
할아버지와 헤어진지 벌써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어요
사실 아직도 실감이 안나지만 가끔 이제 할아버지를 만날 수 없다는
것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파요
문득문득 할아버지 생각이 많이 나는 날이 있는데, 그럴때면 꿈에
할아버지가 나오셨어요
오랜만에 할아버지를 만나니 꿈인걸 알면서도 너무 행복했어요
저 얼마전에 고등학교 입학했어요
새로운 곳에 가서 그런지 요즘 유독 옛날 추억들이 새록새록 떠올라요
초등학교 다닐때 할아버지가 저희 좋은 곳도 많이 데리고 가주셨잖아요
그리고 저희의 추억이 가득한 옛날 할아버지 집도 다시 한번 가보고 싶어요
그 땐 잘 몰랐는데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할아버지가 저희 좋은 경험 많이
시켜주셔서 정말 도움이 많이 된 것 같아요
할아버지는 아는 것도 많으셔서 저희가 궁금해하는 것도 항상 척척 알려주셨잖아요
요즘에 할아버지한테 물어보고 싶은게 너무 많은데.. 이제 물어볼 수 없네요...
겨울만 되면 항상 추웠던, 난로를 틀면 난로 냄새가 퍼지고
아침이 되면 사과 샐러드와 빵을 먹었던, 새벽에 항상 일찍일어나서 티비를 보시던
할아버지의 모습과 저희의 추억이 이젠 되돌릴 수 없는 그리운 기억으로 남았어요
할아버지랑 헤어지고 할머니가 많이 슬퍼하셨는데 그래도 이젠 많이 이겨내신거 같아요
마지막에 할아버지 옆에 같이 있어 드렸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서 너무 죄송해요
입관 하실때도 고민 많이 하다가 무서워서.. 결국 할아버지 마지막 모습을 보지 못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후회가 돼요
화장장에서 마지막으로 할아버지를 보내 드릴때 정말 많이 울었어요
살면서 그런 기분은 처음이었는데 정말 주체할수 없을 정도로 눈물이 펑펑 났어요
겨우 진정 한줄 알았는데 뼈만 남은채로 나오신 할아버지를 보고 다시 눈물이 났어요
아 이제 진짜 할아버지를 만날 수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중환자실에서 막 나와서 일반병실로 올라 가셨을때도 제가 못찾아 올까봐
말도 잘 못하시는데 병실 몇호인지 알려주시던 할아버지 모습이 너무 생생해요
중환자실에 계셨을 때도 저희 가면 알아봐 주셨잖아요
사실 그때 너무 무서워서 항상 할아버지 빨리 보고 나왔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때 할아버지 조금이라도 더 볼걸 하는 후회가 가득해요
항상 저희는 할아버지한테 사랑을 받기만 했는데 이제 곧 할아버지한테 받은 사랑
돌려 드릴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왜 그렇게 빨리 가셨어요
저흰 다 잘 지내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시고 거기서는 아프지 마세요
할아버지가 마지막에 못 드시고 가신 빵, 떡, 주스도 거기서는 많이 많이 드시고
하고 싶은거 다하시고 계세요
나중에 시간이 많이 지나고 나면 다시 할아버지를 만날 수 있을까요?
비록 할아버지한테 받은 사랑 돌려드리지는 못했지만
그래서 더 열심히 살아서 훌륭한 사람 될게요
항상 지켜봐 주시고 다시 만날때까지 행복하게 지내세요
오늘따라 유독 할아버지가 많이 보고 싶어요 꿈에 나와주세요
이제 자주자주 편지 쓰러 올게요 사랑해요♡
2021.03.19 사랑하는 손녀딸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