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저 지혜예요....
내일모래가..아빠 돌아가신 지 한달 되는 날이야...
그런데도 아직 나는...아빠가 집에 있는 느낌이 들어..
아빠 살아 있을 때...아빠한테 더..금주하라고 할 걸 그랬어..
그러면...아빠가...사고로 돌아가시지도 않았을 텐데...
지난주 금요일에...정한이가 동사무소 가서 아빠 사망신고 했는데도..
나는 아직 아빠를 보내질 못하고 있어...
집에만 있으면 아빠가 집안에 있는 것만 같고...그래..
아빠 옷만 보아도...아빠 생각이 많이 나고...엄마랑 아빠 연애 시절 때부터..결혼까지..사진 앨범만 봐도...아빠가 어떤 표정을 짓는지...어떤 사람이었는지도..알 것 같은데....어제인가..? 엊그제인가..? 엄마가 그랬어..
내가 아빠한테 다녀온다니깐...이번주 금요일...내일모래..가면 안 되겠느냐고..
엄마가 그 날 시간이 빈다고..하셔서 ...아마 금요일에 정한이랑 나랑 엄마랑..
아빠가 잠들어 있는 공원에 갈 것 같아...
아빠...거기는 편해...?
그 곳에서...엄마랑 나랑 정한이랑...잘 지켜주고 있는 거 맞지...?
지키고 있는 게 맞다면...아빠가...사윗감 좀 찾아주라...
어쩌면...나 이 생에서는 결혼 할 수 있을 지...없을 지도...잘 모르겠어...
옛 남자친구랑...전에 시흥에서 같이 동거했던 남자친구가...사귀자고는 하는데..
글쎄....난 아직 잘 모르겠다...
정말 받아들여도 될지....진정한 내 사랑이 누군지...잘 모르겠다....
그러니...아빠가...잘 지켜봐 줘....
엄마랑 정한이는...아빠를 아예 놓아서..보냈는데...난 아직 멀었나봐...
아직도 아빠의 아픔이 내가 더 아프고...부산에 있었을 때도...늘 아빠가 안타깝고
그랬는데...이제는 아빠가 돌아가셨는데도...왜 이리 아빠 생각에 아프고...우울한
건지 모르겠어....
어제는 말이야...정한이에게 말해 봤어...시흥에서 사귀었던 남자친구랑 풀면 안 되
느냐고....전 남자친구는...엄마랑도...정한이랑도 풀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자신감
없어 보여...
그리고 옛 남자친구는...늘 나에게 미안해 하긴 하는데...신경을 잘 못 쓰는 것 같아..
그러니...아빠가..두 사람...하늘에서 잘 지켜보고...내가...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 줘요....
아빠는...내 고민도...잘 들어주고...나 위로도 해 주니깐...내가 기댈 사람은 아빠
밖에 없어....정한이는 엄마랑 의논해 보라고 하는데...엄마에게 말하면...나랑 또..
싸움 밖에 안 되는 것 같아서...나 역시 말은 못 꺼내겠어...이제 아빠도 없는데..
엄마랑 또 싸우면 안 되는 거자나...그러니깐...아빠...도와 주세요...
우리..이번주 금요일에 봐요...^^
아빠 늘 존경하고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