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뒷산 오르는길에 쌍무덤 있잖아요.
그옆에서 당신이 명상하던 그곳에 산나리가 예쁘게
피었는데 그꽃을 보는순간 당신하고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치더군요.
그때 부부계모임에서 베냇골로 1박2일로 피서를 갔었지요.
장마끝이라 우리가 가는 그날도 비가와서 길이 엉망이였지만
계획대로 길을 떠나서 도착한곳이 베냇골이였어요.
구불거리는 비탈길을 멀미를하며 도착해보니 공기도 좋고 물도좋고
우리는 그곳에 짐을 풀고 먹을거리를 준비했지요.
당신은 밖에서나 집에서나 한결같이 뭐든 알아서 척척 해주었고
당신친구들은 앉아서 술만 먹었지만 당신은 우리 여자들을 위해
먹을것을 만들어다 주면서 집에서는 남자들이 얻어먹었으니 나와서 만큼은
남자들이 아내들을 위해 서비스 해야 한다고 했지요.
우리가 물가에 앉아 물놀이를 즐길즘 서여사가 건너편을 가르키며
예쁜꽃이 피어있는데 무슨꽃일까 하면서 장난삼아 "우리,남자들보고 저 꽃꺽어다
달래봅시다.누가 가나 한번 시켜보자!"이랬지요.
그랬는데 당신 친구들 모두는 "에~이 미쳤어!그걸 뭐하러 꺽어."
"물살이 세서 못건너가!"
이러면서 핑계도 가지가지였지만 당신은 불어난 물도 개의치않고 건너가
꽃을 뿌리채뽑아와서 내앞에 무릅을 꿇고 두손으로 받첬지요.
사람들이 와~하며 함성을 지르며 "역시 박회장! 오여사는 좋겠다"
이러며 부러워들 했었지요.
어딜가도 사람들이 있건 없건 나한테 너무 잘하는걸 본 사람들은 지금
모두들 나를 걱정하고 있어요.
당신을 보내놓고 어떻게 사나 싶은가봐요.
내생각에는 그렇게 유별나게 굴더니 오지고 싸다 그러는 사람들도 있을거야
우리딸내미는 또 어땠나요.
늘 다컸어도 당신목을 끌어안고 얼굴에다 뽀뽀해대고 우리식구는 그러고 살았는데
이게무슨 일인지.대체 우리한테 무슨일이 일어난거에요.....
아이들은 정말 서운하리만큼 잘 참고 사는거 같지만 울딸내미도 한번씩은
당신이야기하며 눈물짓는다는거...
하지만 부부는 부부만 안다고 했지요.
내가 당신이고 당신이 나였는데 당신없는 지금 나는 사는게 사는게 아니에요.
잘 지내려다가도 어느순간 무너지는 나를봐요.
당신내반쪽 어디간거에요.
제발 돌아올수는 없나요?우리 인연 여기까지였나요?
귀밑머리 파뿌리될때까지 살자더니 나는 ,아니 당신도 머리가 희어지지 않았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가버리는법이 어디있어요.
당신이라는 존재만으로도 힘이됐는데 이게 뭐에요 나만 남겨두고.....
오늘 나리꽃을 보고 당신이 보고파 어거지를 써서 미안해요.
오늘밤도 평안하길 빌면서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