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랐는데, 예전에는 그저 그렇게거니 생각만 했었는데,
괜히 멍하게 먼 하늘만 응시하는 시간이 많아지고, 왠지 모르게 가슴에 커다란 구멍이 난듯, 무더운 날씨에도 찬바람이 쌩쌩 온몸을 휘감는듯합니다.
내 두 눈으로 만나뵐 수 없게 된지 보름이 되었군요.
마지막까지 세째아들을 기억해 주시고, 불효한 이 아들이 불혹에 얻은 아들, 당신의 손자의 재롱을 가장 큰 기쁨으로 여겨셨던 어머님!
남들은 효자라고, 병든 노모를 잘 봉양했다고 하며 위로하고 있지만
돌이켜보니 얼마나 큰 불효자이었는지, 어머님을 보내고 나서야 깨닫습니다.
이럴줄 알았으면 좀더 잘할껄, 좀더, 조금만 더 당신을 생각하고, 시간을 내고, 돈을 쓰고, 주물러드리고, 이야기해 드릴 껄~~~ 무엇하나 제대로 해 드린 것이 없었기에 아픔이, 그저 눈에는 눈물만 흘려 내립니다.
어머님 보내시는 장례에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주셨어요. 조화도 많았어요. 너무나 많아 장례식장 복도를 꽉메우고도 남았던 것 같아요. 오남일녀! 남들은 성대한 잘례라고 하던데, 전 그 모든 것이 죄송스럽고 미안했답니다. 많으면 많아서 적으면 적어서 죄송스럽고 미안하고, 염치가 없을 것 같았죠. 근데, 적은 것보다는 그래도 많으니깐 덜 외로울 것 같았어요. 행복했다면 욕일까요? 진짜 과분할 정도로 많은 분들이, 근데 그 많은 분들 중에 어머님 살아 호흡할 때 한번 찾지 못했다고 이 아들보다 더 많은 눈물과 울음으로 저의 가슴까지 흐느끼게 한 분들이 많았어요. 진짜 정말로 어머님 살아 호흡하는 그 순간 한번더 한 시간 더 시간을 내었더라면, 병원에 모시고는 매일 찾아뵙던 일이 일주일에 두세번, 그리고 일주일에 한번, 격주로 찾아가는 것으로 의무를 다 한 것처럼, 그리고 무슨 일에 핑계에 찾아뵙는 것을 소홀하다가, 찾아뵙는 시간도 엄청 줄어드는 것을 느끼면서도 당연으로 여긴 이 아들이, 오늘 어머님 봉안당에 명패가 제대로 되었는지 확인하고자 또 형식적인 방문을 계획하고 있는 저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네요.
정말 죄송합니다. 그리고, 너무나 많이 사랑합니다.
어머니, 제가 대구로 대학진학을 하지않았고, 서울로 취업하지 않은 것, 이쁜 아내를 얻어 어머니와 살았던 것, 두 딸과 아들 하나를 얻은 것, 그나마 어머니 앞에서 물질로 걱정을 드리지 않았던 것 등등 그나마 위안이 됩니다. 어머니 말씀에 그래도 순종한 것이니깐요?
주절주절 이렇게 이야기 한들~~~
어머니, 그래도 시간이 흘러 갈 것이고, 또 남겨진 이들에게 닥치는 시간의 문제들에 최선을 다해야겠지요. 어머님이 그러하셨던 것처럼, 제 아들과 딸들에게 거목처럼 버팀목이 되어야겠지요. 존경합니다. 어머니! 저도 아들과 딸에게 듣고 싶은 말입니다. 시간이 흘러 존경한다는 말을 듣기 위해, 어머님이 제가 들려 주셨던 장한 아들이, 이제 존경받는 아버지가 되기 위해 부단히 달려가렵니다.
지켜봐 주시고, 응원해 주세요.
다섯살 도영이가 할머니를 많이 보고 싶어 한답니다.
이젠 볼 수 없다는 말에 눈물을 흘리며 빨리 보러 가자고 한 손주놈입니다. 아직도 엄마, 아빠, 누나랑 할머니까지 다 사랑한다고 하는 귀여운 녀석이죠.
근데 말입니다. 손주녀석보다 이 아들이 오늘은 어머님, 어무이가 더 많이 보고 시은 걸 어떻게 하죠. 진짜 보고 싶은데, 정말이지 꼬옥 한번만이라도 더 보고 싶고, 얼굴을 만지고, 팔 다리를 주물러 드리고 싶은데, 아하~~~
어무이, 보고 싶습니다. 보고 싶어요.
환하게 웃고 계실 어머님 모습을 그려 보면서...
어머님,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가슴에 사무치게 보고 싶습니다.
어무이~~~
세째 정박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