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당신!
오늘은 비가 추적거리는 밤이에요.
어저께 당신한테 다녀오다 딸내미가 맛난거 사준다며
내가 좋아하는걸루 먹자는데 딱히 먹고싶지도 않아
그냥 물회로 먹고 광안대교를 지나는데 정~말 내가 이 나이가
될때까지도 한번도 보지못한 기이한 현상이 일어났어요.
안개가 시커먼것이 광안리 해변하고 아파트들이 아무것도 보이지않고
그냥 캄캄함 그자체 라야 맞겠네요.
차들도 모두 기어가듯 숨을죽이며 다리를 건너는데 문득 우리가 당신있는
그곳으로 가는길이 이럴까! 하는생각이 들면서 무섭기까지 하더군요
빨리 그상황을 벋어나고 싶은데 달릴수도없고 비상등을켠체 엉금엉금
기었다고 해야 맞을거에요.
진짜 그런 현상은 처음봤어요.
대교를 벋어나 대현지하차도쯤 왔을때 비로서 재대로 옆이 보이더군요
아 진짜 다시는 그곳으로 가고싶지 않았어요
그러고 울공주를 좋아하는 녀석이 나타났나봐요.
당신딸은 아무리 잘해줘도 워낙 당신이 사랑을 쏟아서 그런지
잘 넘어가지 않는데 모처럼 나이가 들은 녀석이라 내심 잘됐음 싶기도 하고
또 어느녀석에게도 주기는 아까워서 걱정도되고 그래요.
언제고 내곁을 떠나보내야 하는데 다 보내놓고 나혼자 잘살수 있을까
두렵기도하고 아직까지 정해진것도 아닌데 그냥 이런저런 걱정이 들어요
우선 들은 이야기로는 꽤 괜찮은 아이인거 같아서 잘지내보라고 그랬거든요
이제까지는 나이도 저하고 동갑이던지 작던지 그런 아이들이 더니 이 아이는
울공주보다 세살많고 직업도 stx에서 해외영업부에 근무하고 실력도 만만찮고
무엇보다 집안이 우리집처럼 부모님이 화목하고 밑으로 여동생이 하나있는데
결혼해서 먼데 사나봐요.
아버지가 법원에서 공직생활 오래하다 정년퇴직 했다 그러고 우리딸내미랑
취미도같고 통하는게 많나봐요.
우리공주는 결혼같은건 생각도않는데 이남자아이가 자꾸만 대쉬를 하나봐요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이제야 제대로 된 남자를 만난것같은데 울공주가
영 결혼같은건 생각을 안하는거 같아 나때문인건 아닌지 걱정도 되고
더 나이 들기전에 누군가와 짝을 지어줘야 되나 싶기도하고 그런데
당신생각은 어떤지요!
울공주도 그남자애보고 그랬대요
"울아빠가 보고 마음에들면 잘되게 해줄테고 마음에 안들면 찢어지겠지요"
그랬다네요.
그랬는데 그남자애가 나한테보다 먼저 당신한테 가보고싶다고 그러더래요.
35살이나 먹었으니 급할거 아니에요
그런데 운명에 맡길거에요.
세상이치가 어디 뜻대로 되던가요
그냥 물흐르듯 운명의 바다에 내맡기고 순리대로 살거에요.
당신이 나한테 가르쳐준대로 그렇게 받아들일거에요.
요즘 내몸속으로 당신이 들어왔는지 내가 평소에 당신이 하던 행동을
하고있어 깜짝깜짝 놀랄때가 많아요.
뜨거운음식을 삼키고 하하 입으로 공기를 들이마시는 모습하며
요래요래 엉덩이 흔들며 걷는모습하며 당신이 하던행동들을 요즘 내가 하고있어요.
진짜 웃기지않아요.
그전에 내가 뜨거운걸 절대로 못먹고 그랬잖아요
그리고 언제내가 엉덩이를 흔들기나 했던가요.
당신이 나한테 웃긴다고 흔들거리며 요래요래 살금거리던걸 왜내가 하는지,
기이한 현상이잖아요.
아니다 기이할게 뭐있다고 당연한걸 가지고.....
당신이 나랑 함께한게 뭐가 대단한 일이 겠어요
그렇게라도 우리곁에서 우리와 함께 있어주세요
울공주나 아들도 당신이 우리의 수호천사가되어 우리를 지켜준다며
굳게 믿으며 살아요.
우리가족 당신이 말한대로 화목하게 서로사랑하며 잘살거에요.
당신자식으로 아내로 부끄럽지않게 잘살다가 이다음생에서 또 가족으로
만나길 소원해요.
이밤도 평안히 잘자요.
우리모두 당신을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