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변덕스러운 날씨만큼 온 가족이 감기가 들어서 콧물을 훌쩍거리네요.
아마 당신이 계셨더라면 당신도 피해가지는 못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당신이 이번 두 어른(시할아버님, 시아버님) 제사는 넓은 마음으로 날 좀 이해해주셨으면 하네요.
당신이 계셨으면 당연히 우리몫이었지만 훌쩍 떠나버린 당신의 빈자리와 딸 아이 둘만 키우는 내 입장에서는 쉽지않은 오랜 고민끝에 제사를 못 모시겠다고 거절은 했지만 내맘은 가시방석같네요.
어머님께도 죄송스럽고, 쬐끔이라도 내 입장에서 생각하셨다면 먼저 내 맘 좀 편하게 결정을 내려주었으면 좋았으련만, 꼭 그 이야기를 들고 나와서 앞으로 살아갈 일조차도 막막한 내게 무거운 짐 하나를 얹어주셔야 하는지, 쬐끔은 서운하기도 하고요.
당신과 결혼후 여태껏 지내오면서 그럴거라고 짐작만 했지 그게 내 앞가림도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더 받아들이기가 쉽지않았습니다.
아빠, 당신이라도 날 이해하고 내 맘 알아주었으면 해요.
어느 누구에게도 말도 못하고 속만 상하네요.
그리고 어머님께서 어디로 제사를 모시고 가시든 우리 가족과 남은 모든 가족들이 건강하고 무탈하게 잘 지낼 수 있도록 당신이 보살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사랑하는 내 당신, 보고싶고 그리운 내 당신, 못난 마누라가 이 일을 시작하면서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수없이 많은 의구심을 품은 채 첫발을 내디디고 있는데 당신이라도 "넌 잘 할 수 있을거야 " 라고 꼭 응원해주실거지요.
그럼, 당신만 믿고 열심히 준비해서 도전해볼게요.
아빠, 그럼, 안녕히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