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어제는 몽이네가 나보고 밥사달라는거야~
자기들이 사면서도 꼭 그렇게 핑게를 대면서
날불러내 밥을사주고 그러거든요.
몽이가 아는 사람들하고 모여가서 먹었던 모양인데
사상역근처에 있는 보리밥집인데 싸면서 맛깔나는게
괜찮았어요.내가 얼른 그사람들이 밥값을 낼까봐 먼저 냈어요.
언제나 나한테 밥값낼 시간을 주질않아요,그사람들이...
그리고는 우리는 국제시장으로 시장구경도 갔었는데 여기저기
구경하다가 나한테 맞는 옷집을 발견했는데 세상에~딱 내스타일이야~
그런데 옷값이 너무 비싼거야,진짜 당신생각나더라~
내가 옷을 입어보고 내려놓으며 보여줄 사람도 없는데뭐,그랬더니
몽이가 돈많은 애인을 사겼더라면 그런것보다 비싼것도 사줄텐데
그러면서 지들 아저씨보고 가난한 영감탱이 때문에 그냥 보고만 왔다며
놀리는데 당신생각이 나데요.
당신이 그자리에 있었다면 어떻해서라도 사줬을텐데...
이제 이세상에는 내편은 없다는게 실감이 나면서 잠시 슬프데요.
아쉬워하면서 왔지만 뭐 너무 걱정안할거에요.
내가 사고싶으면 살거니까...
그까짓게 뭐라고 세상에 얼마나 살다갈거라고 입고싶은것도 안입고
살다간 당신도 있는데 이제는 그러지 않으려구요.
나는 나하고 싶은거 다하며 그렇게 살다가 아이들보고 당신있는곳으로
당신찾아갔으니 울지말라고 그럴꺼에요.
아무런 후회도 하지않게 하고싶은거 가지고싶은거 가지면서 그렇게 살거에요
내월급도 일년지나니까 올랐고 일년치 퇴직금도 주던데
이나이에도 일할곳이 있다는게 얼마나 감사한지요.
당신이 알면 슬퍼할까봐 말안했는데 복지관이라 힘든일도 없고
나는 발주내고 하는 책임자라서 일도 힘들지않고 또 9시출근에
3시에 퇴근하는거라 힘도 들지않거든요.
토요일 일요일 다 쉬고 빨간날은 다 놀고 당신처럼 주 5일 근무라서
편하고 그러니까 절대로 마음쓰지마세요...
당신처럼 나도 직장에 다니면서 용돈도 벌어쓰고 그러면서 좋아라 하다가도
당신생각에 뜨끔할때도 있어요.
당신도 퇴직도 걱정없고 좋다며 매일출근만 하면서 지내면 된다더니
복도없지,편하게 일한다 싶더니 그렇게 허무하게 떠났잖아요.
모든건 내뜻이 아니고 주어진 여건속에 충실하면서 살다갈꺼에요.
감히 계획같은건 하지않으려고해요.이세상에 내것도, 영원한것도 없으니까요.
참! 여보,오늘 우리공주가 집에오는날이네요.
당신이 집에 있을때는 내가더 방방뛰면서 걱정을 사서하고 그랬는데
이상하리만큼 오히려 내가 더 차분히 기다리고 그러는거보면서
문득문득 당신이 우리와 함께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든든해요.
당신이 우리딸내미를 얼마나 이뻐하는데, 그리고 나한테는 당신인데 안그래요?
여보! 아무걱정도 않했어요당신이 있는데 뭐가걱정이라고~
우리식구 모두는 당신을 기억하면서 많이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