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오늘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정신없는 하루를 보냈네요.
당신의 꼴통 작은 딸이 학교를 자퇴하네, 어쩌네 하면서 시작된 일이 이제야 겨우 다시 학교를 가는 것으로 일단 마무리가 되었네요.
앞으로 또 어떤 변수가 나타날지 수없이 많은 ? 를 붙인채 교육받다가 모의고사 치다가 아이 담임선생님께 통사정을 하다가 몇 번이나 이렇게 해야 이 거센 비바람도 스쳐 지나갈련지 당신이 해답을 알고 있다면 대답좀 해주세요.
아빠, 참 어제 지리산 둘레길 오르내리면서 버스로 왕복 5시간 정도 왔다 갔다 하면서 내내 당신과 함께였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문득 금정산에 가서 당신이랑 파전에 동동주 먹던 그 때가 생각나서 울컥 하기도 하고 어디선가 당신 애창곡 "누이"가 흘러나올때는 당신이 즐겨부르던 모습이 생각나서 콧날이 시큰해지기도 하고 결정적으로 돌아올땐 우리 작은 딸이 고민 덩어리를 하나 던져주기도 하더군요.
아빠, 당신이 보살펴주신 덕분에 무사히 잘 다녀왔고 당신의 작은 아이 역시 당신이 애정으로 지켜봐주시면 자기 앞길 잘 헤쳐나갈거라고 믿어보자구요.
아빠, 아이들이 어느 정도 클 때까지 얼마나 많은 어려움들이 내 앞에 놓여있을지 미루어 짐작조차 할 수가 없네요.
아빠, 미리 포기하지 않도록 당신의 못난 마누라에게 힘과 용기를 주시리라 믿고 화이팅 할게요.
아빠, 언제나 그리운 내 사람, 보고싶은 사람, 안녕히 계세요. 좋은 것만 기억하시고 넋두리는 잊어버리시길 바랄게요.
내 사랑, 편히 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