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뒷산으로 가는 길옆에 누군가가 심어놓은
매실나무에 하얀꽃이 조금씩 피고 있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추우니까 깜작 놀랐는지 더디게 꽃망울이 터지네요.
지금 원동에도 그렇게 하얀 매화꽃이 지천으로 피고 있겠지요.
자동차 이야기만 하면 아픈것도 잊을 정도로 자동차를 좋아했던 당신한테
아들이 차를 구입해와 당신보고 한번 운전하라고 그러니까
많이 아파 기운도 없으면서,높은 알프스산장으로 목욕을 갔어요.
돌아오는데 한무리의 사람들이 온통 꽹과리를 치고 장구에 각설이타령까지,
당신이 보고가자며 차를 새웠지요.당신은 우리가락을 참 좋아했지요.
원동매화축제를 하고 있었는데 아픈것도 잊고 한참을 구경하고
거기서 아이들 순대도 사주고 파전도 사준거 지금도 우리모두 기억하고 있어요.
양사방에 지천으로 피어있는 매화꽃이 마치 밤하늘에 총총히 떠있는
별처럼 예쁘고 그랬던거 같지만 한번도 재대로 들여다 보지는 못했지요.
매화꽃 향도 괜찮다며 차를 끓여 마시면 좋다던데 마셔보지도 않았어요.
아무것도 당신이 마시지도 먹지도 못하는걸 나혼자 마시는게 아무 의미도 맛도
없었기 때문에 먹지않았어요.
우리 황토방 봉당앞으로 농수로가 흐르고 있었지요.
밤이면 농수로 물소리가 잠을 깨우며 흐르는밤에도 차라리 그소리조차
당신이 잠들지 못할까봐 싫었었어요.
하야게 지새운 밤을 보내고 아침이면 농수로에 요강을 비우고 또 당신옷을 새하얗게
빨아서 울타리에 걸처놓으면서 아무렇게 비누칠도 재대로 하지않았는데
빨래는 옥같이 빛이나 눈이 시릴정도였구요.
해가 떠서 봉당을 뜨겁게 비칠때쯤 고개마루 소나무숲으로 기받으러
힘들게 올라가는 당신뒤로 우리 나루가쫄랑쫄랑 동행을하면 나는
당신이 먹을 늦은 아침을
만들어 뒤따라 올라가보면 앙상하게 마른몸을 들어내고 가부좌를 틀고앉아
기받는다며 추운줄도 모른체 앉아있던 울당신!
오늘은 우리강아지들 데리고 뒷산을 오르다 올망졸앙 피다만 매화를 보다
우리원동에서의 일이 생각나 나도모르게 그만 눈물이 흐르고 말았어요.
그해는 좋다는 매실도 담지못했어요.
당신이 생각나는 매화곳원동!
살아볼거라는 희망으로보다 남겨질 우리를 더많이 걱정해서 불편함도
감수하면서 지내던 그곳원동,자연휴양림!그리고 황토방 한칸!
이렇게 한번씩 뜻하지않게 추워서 버려진 매실나무들을 주워와 지피던 군불!
지글지글 찜질방이 따로없던 그곳원동 황토방.
아랫목에 깔아놓은 요에서 노릇내가 나도록 군불의 위력이 좋았던 그곳.
당신이 바라던 촌생활을 그렇게라도 느껴보고 떠날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위로아닌 위로를 해봐요.
우영아빠!좋은 기억이 더많은우리,이담에도 그렇게 살거에요.
나는 지금잠시 떨어저 그리울지라도 꼭 다시만날날을 기약하며
조금만 참으세요...여보!많이 보고싶고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