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오늘도 잘 있었어요.
어제 당신 계신 그 곳 꽤나 쌀쌀하더군요. 당신 만나러 갔다가 버스가 금방 안와서 한참을 추위에 떨어야 했거든요.
요사이 내가 하는 일이 잘 하고 있는 일인지 도무지 판단이 서지 않는 가운데 내일은 그 곳에서 단합대회차 지리산 둘레길을 간다네요.
처음엔 안 가겠다고 했는데 당신 그렇게 허망하게 떠나보내고 머리도 식힐겸 자꾸만 가자고 해서 그러기로 했네요. 오고 가면서 또 산행을 하면서 당신과의 추억들 때문에 더 많이 아픈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다녀와서 당신에게 또 소식 전할게요.
아빠, 당신보다 한 해 먼저 엄마, 아버지 떠나보내고 그나마 남아있던 하나뿐인 내편, 당신도 안녕이란 말한마디 없이 떠나고 그 어디에도 내편은 눈씻고도 찾을 수 없다는 현실에 가슴이 쓰라립니다.
아빠, 보고 싶은 사람, 어디에서도 그 흔적조차 찾을 수가 없어 아쉽고 안타까운 사람, 내 사랑, 부디 편안히 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