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며칠 따뜻하다 비 한번 내리더니 다시 추워진다고 하네요. 당신이 떠난 그 곳은 온전히 당신이 쉬기 편한 기후였으면 합니다. 추우날이면 내 체온만큼이나 따뜻하게 데워도 주고 비가 오면 우산도 씌워주고 더운날은 당신의 바람이 되어 서늘하게도 해 주는 그런 사람이 되고픈 마음입니다. 아빠, 큰아이 졸업식이 몇 시간 남지 않았지만 아직은 주변 사람들 얼굴보기가 힘이 들어 아마도 못 갈것같아요. 당신의 큰아이 12년간 결석한번, 조퇴한번 한 적 없고 어떤 시험이든 준비되지 않은 채로 임한 적 없고 대학도 자기 소신껏 가고 싶은 대학에 지원해서 합격한 아이라는건 입버릇처럼 당신도 늘 다른 사람에게 자랑했었지요. 당신이 계셨으면 그런 큰아이 졸업기념으로 온 가족이 맛있는 것 먹으러 가기도 하고 했겠지만 지금은 모든게 힘이 드네요. 아빠, 오늘도 남겨두었던 당신의 옷가지를 정리했습니다. 행여라도 당신이 옷을 입을게 없어서 추워할까봐 꼭 따뚯하게 여며입으시고 가신길 편하게 쉬세요. 아빠, 당신이랑 다니던 길목을 지나치다가도 당신이 생각나서 발걸음을 멈추기는 다반사고 당신없는 이곳에서 내가 언제까지 숨쉬고 살아갈 수 있을지 자신이 생겨나지 않아 어이없기도 하고 그렇게 하늘같은 당신만 바라보고 살도록 만들어놓고 어느 날 말한마디 없이 떠난 당신한테 약간의 책임이 있는건 아시지요. 아빠, 당신없는 이 세상에서 앞으로 얼마나 힘이 들지는 훤하게 보이지만 당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당신의 마누라가 되도록 노력은 해볼게요. 아빠. 내 영원한 사람. 꼭 다시 한번이라도 보고싶은 사람, 사랑합니다. 부디 좋은 곳에서 편히 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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