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영아빠! 어저께 김장 다 해놓고 당신앞에 앉은 시간이 밤 11시, 부랴부랴 편지썼는데 그만 날라가 버렸지 뭐에요. 밤12시에 올라가려나 하고 아무렇게나 써봤더니 그건또 올라가고 기가차서~ 여보! 어제 김장하는데 재미 하나도 없는거 있죠! 딴때 같으면 당신이 거들어주고 또 치대면 아~하고 맛본다고 입벌리면 굴한점하고 양념올려 입에넣어주면 아삭하고 씹으면서 엄지손을 들어 올리며 굿~하며 맛있다고 칭찬해주는 그맛에 신이나곤 했었는데... 어제는 울딸내미도 머리한다고 늦게 들어와서 다해놓고 나니까 그때들어와서 김장김치 맛좀 보자대요. 꼬기로 띁어다 줬더니 맛있다며 당신처럼 굿~하면서 "역시 울엄마솜씨는 녹슬지 않았어!" 하는거에요. 하기사 당신보내고 작년에는 하기도 싫었지만 해마다 순천에서 담아 보내주기 때문에 김장같은건 잘 하지않아 내솜씨가 엉망일줄 알았거든요. 배추를 많이 절구지 않아서 조금 싱겁게담았는데 우리입에는 딱이데요. 울며늘애는 지들둘이 총각김치한번 담아보려 했다는데 내가 하지말랬어요. 지들은 그냥 내가 해주는거 먹으라 그랬어요. 올배추값이 장난이 아니에요. 무값도 그렇고 양념도 나도 얄굿게 했는데 돈이 제법많이 들어갔거든요. 복지관에서 후원들어온 배추좀 얻어오고 작은거 같아 내가 다섯포기 사고 총각무드 다섯단 샀는데 그것도 한단에 3천원 넘게 줬거든요. 올해는 며늘애도 들어오고 해서 색다르게 실고추에 잣도넣고 밤도넣었거든요. 굴도 물론 넣었구요. 그래서 그런지 맛도 꽤 괜찮은거 같데요. 당신이 없어서 너무 아쉬웠어요. 무엇보다 당신입에 넣어주고 싶었는데 나혼자 싱거운지 짠지 먹어보기도 싫더라...... 아무렇게나 버무렸는데 그래도 맛이 좋다 그러네요.울딸이~ 이제부터는 우리아들네도 주고 그러려고 담을래요. 언니네도 줄까 그러는데 싫다고 했어요. 그전에 울언니도 그렇고 사람들도 그렇고 김장이며 반찬들을해서 자식들 준다는 소리가 엄청 부러워서 나도 그래야지 했잖아요. 당신도 알다싶히 당신작은엄마가 좀 극성이였나요! 우리가 흉보면서도 은근히 부러워 했잖아요.나도 작은엄마처럼 그렇게 살줄알았는데 그할매네는 부부금실도 좋았고 자식농사도 잘지어 부러웠는데 그래서 그런지 작은아버지는 팔십넘도록 오래 부부가 해로 하더니 당신은 작은아버지 세상뜨고 5개월만에 뒤따라 갔으니 그할배가 놀랬지요? 아마 "너가 여기 왠일이냐"했을거에요. 그작은 아버지 장례때 당신이 속이 아프다면서도 밤새우고 그래서 더 까칠해보여 내가 마음이 아팠거든요.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더 가슴이 아프고 지금 당신있는곳을 지나치면서도 그곳에 추모공원이 있는줄도 몰랐는데 그곳에 5개월만에 가게될줄은...... 나는 작은아버지 처럼 당신도 그렇게 오래 살줄알았어요. 작은아버지는 늙으셨어도 우리가 보는데서 작은어머니하고 사랑한다고 입맞추고 그랬잖아요. 우리보고 자기네 닮았다며 좋아하셨지요. 당신도 작은아버지처럼 그러고 살았는데 우리는 왜이래 되었을까요. 작은아버지 잘계시죠? 날 참많이 이뻐라 하셨는데.. 그곳에서 다들 편히 계실거라 믿어요.당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이랑.. 오늘밤도 평안하길 빌어요 그리고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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