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오늘은 날씨가 너무 맑고 따사로워서 가슴 한 구석이 짠한 그런 날이었어요.
뭔가를 해 보겠다고 이틀에 걸쳐서 교육은 받았는데 그 일을 하겠다는 아니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제로인 상태로 행여 당신이 그 해답을 주시려나 싶어서 이러고 있네요.
아빠, 당신이 계셨더라면 이 일은 한 번도 생각해보지도 않았을거고 당신 역시 내가 이 일을 하는 거 자체를 무척 싫어하셨을 거라고 생각은 하지만 지금은 내가 가장이 되어서 생계를 책임질려고 하다 보니 어쩔수가 없네요.
당신알다시피 사교성도 그다지 융통성도 없는 내자신을 누가 뭐라 하기 이전에 잘 알고 있는데, 이 무거운 숙제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 지 고민에 쉽게 잠을 이룰수도 없고 당신없는 빈 자리만 커보이는 밤입니다.
중대한 결정을 해야 할 시점에서 세월이 흐른후에 지금 어떤 선택을 해야 후회없는 선택이었다고 얘기할 수 있을 지 모르니까요.
아빠, 당신 그 곳에서 이렇게 바람 앞에 놓인 촛불처럼 위태롭기만 한 못난 마누라 보고 있으려니 맘이 불편하실지는 모르겠으나 그 동안 결코 짧지 않은 시간 당신의 그늘에서 살았으니 앞으로는 어떤 어려운 난관들이 내 앞에 펼쳐질지 두렵기 그지없습니다.
아빠. 당신 쉬고 싶은데 너무 하소연이 길었지요. 내가 좀 더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당신이 도와주리라고 믿고 다 잘 되겠지요.
아빠, 그만 편히 쉬세요. 사랑하는 내 사람, 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