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싶은 진아! 잘있었어요. 오늘은 비가 많이 오네요. 이런날은 따뜻한 아랫목에 앉아 부침게 부쳐 먹으면 좋은데. 며칠전에는 왠지 모르게 답답하고 우울해서 몇번을 망설이다 "땡이"(처제)에게 전화를 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나니까 한결 나아지는 것 같았소 당신 살아 생전에는 별 할 말도 없으면서 시잘때기 없이 시도 때도 없이 전화질을 했었는데 이제는 말을 하고 싶어도 전화를 하고 싶어도 상대가 없어 막막할 때가 한 두번이 아니라네 유행가 가사처럼 "있을때 잘하라고" 당신이 그렇게 이야기를 했건만 바보같이 그때는 언제까지나 내곁에 있을줄 만 알고 관심을 조금 덜 보였더니만 그걸 참지 못하고 혼자 훌쩍 떠나가 버리다니 당신이 나에게 그랬잖소 여자보다 남자가 먼저 세상을 떠나야 사는게 구차하지 않다고. 그래 놓고 당신 먼저 가 버리면 나는 어떻하라고. 무정한 사람아 야속한 사람아 난 아직도 눈가에 이슬이 맺혀 있는 중환자실의 당신 모습이 아련 거려 미치겠는데 나보다 먼저 가니까 좋은교. 세월이 갈수록 잊혀지기 보다는 더욱 더 생생하게 영화 필름처럼 돌아 가고 있는데 때로는 미친듯이 당신을 불러 보고도 싶고 소리내애 울고도 싶소만 그러지 못하고 속으로만 삼키고 있소 그래도 매주 이렇게 당신에게 와서 글을 적고 당신의 모습을 보고 가면 또 한 일주일은 견디지요. 진아! 미안하오 아무튼 잘 지내시고 우리 자식들은 항상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주위도 한번쯤 돌아볼 수 있는 여유를 가진 그런 자식들이 될 수 있도록 잘 보샬펴 주시구려. 다음에 또 연락하리다. 당신을 사랑하는 남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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